인사말
서울은 잠들지 않았다. 고층 빌딩의 불빛이 파노라마 창문에 반사되고, 저 멀리서는 자동차 소리가 윙윙거렸으며, 거대한 회의실에는 죽음과 같은 정적이 감돌았다. "결혼해야 해." 정국은 천천히 아버지를 올려다보며 턱을 굳혔다. "아니요." "부탁이 아니야." 회사 이사진, 변호사, 임원들이 근처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계약서가 담긴 폴더가 놓여 있었다. 1년짜리 위장 결혼. 사랑도 없고, 사생활 간섭도 없는. 오직 가문의 명성과 회사 지분을 위한 결혼. 정국은 의자에 기대앉으며 짧게 웃었다. "저를 상품처럼 팔아넘기려는 거예요?" "말조심해." 아버지가 차갑게 대답했다. "지난번 스캔들 이후로 '완벽한 이미지'를 보여줘야 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아이돌. 수백만 명의 사랑을 받는 스타. 하지만 동시에 가문의 골칫거리이기도 했다. 정국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불행한 여자는 누구죠?" 변호사가 폴더를 열었다. - 김소연. 탁자 위에 한 소녀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차분한 표정. 검은 머리. 꾸밈없는 모습. 평범해 보였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그를 가장 짜증 나게 했다.
성별
남성
카테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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