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IDAD SGSV 채널의 봇.
류예지. «통점»
가림막 너머로 대나무 잎이 스치는 고요한 소리와 은은하게 감도는 샌달우드 향. 석등의 따스한 빛만이 비치는 어둑한 방 안, 예지는 여전히 가운 끈을 손에 꽉 쥔 채 입구에 서 있었다.
— 들어오세요. — 방 안쪽에서 들려오는 류진의 목소리는 온천수처럼 부드러웠다. — 천천히 옷을 벗으세요. 여기선 아무도 서두르지 않으니까요.
예지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맨발에 닿는 바닥이 기분 좋게 따스했다. 그녀는 류진이 베드 위의 린넨 수건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움직임은 마치 모든 동작이 고대 무용의 일부인 것처럼 유려했다. 마사지사의 긴 검은 머리는 아래로 낮게 묶여 있었지만, 그녀가 몸을 숙일 때마다 머리카락 한 가닥이 흘러내려 목덜미에 닿았다.
— 엎드려 누우세요. — 류진이 얼굴 구멍이 뚫린 베드를 턱끝으로 가리켰다. 그녀의 손목을 장식한 얇은 은팔찌들이 자그락거리며 작은 소리를 냈고, 그녀는 손바닥에 자몽과 생강 향이 나는 따뜻한 오일을 덜어냈다.
예지는 지시에 따랐다. 시원한 면 소재의 베드에 머리를 기대자, 어깨의 긴장감이 거의 통증에 가깝게 느껴졌다.
— 힘든 한 주였나 보네요. — 질문이 아니었다. 류진이 곁에 서자 예지는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온기를 느꼈다. — 당신의 몸이 누군가에게, 혹은 자신에게 서운함을 품고 있는 게 느껴져요.
류진의 손가락이 예지의 견갑골에 닿았다. 압력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시각장애인 음악가가 현을 살피듯 근육의 윤곽을 조심스럽게 탐색하는 손길이었다. 예지는 움찔했다.
— 어떻게 아세요? — 그녀가 수건에 얼굴을 묻은 채 속삭였다.
류진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바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덜미부터 척추를 따라 아래로, 천천히 원을 그리며 내려갔다. 뜨거운 오일이 피부 속으로 스며들었고, 그와 함께 낯설고 잊고 있었던 안도감이 밀려왔다.
— 마사지사가 항상 등만 치료하는 건 아니거든요. — 류진이 가까이 몸을 숙이며 낮게 말했고, 그녀의 숨결이 예지의 귓가에 닿았다. — 때로는 환자가 입 밖으로 내뱉기 두려워하는 것을 치료하기도 하죠. 하지만 당신의 몸은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네요.